시작하며...
작년 연말 새해를 앞두고 개인형 퇴직연금 IRP계좌를 이전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국민은행 IRP 계좌를 KB증권으로 이전하게 된 배경과 IRP 이전 과정, 그리고 소요 기간에 대해 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개인형 퇴직연금 (IRP)란?
IRP, 즉 개인형 퇴직연금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여 퇴직 후의 안정적인 수입을 준비할 수 있는 연금 상품입니다. 기업의 퇴직연금과 달리 개인이 직접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여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는 투자자가 퇴직 후의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재무 계획 도구 중 하나입니다.
특히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이 공제되고 연말정산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절세 수단의 하나로도 많이 쓰이는 데다가 이직이나 퇴사 시, 퇴직금이 입금되는 계좌이기 때문에 다들 하나씩 보유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은행 IRP 상품의 한계
저는 원래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에서 IRP 계좌를 개설하고 지속 운영해 왔습니다. 장기 투자하고 싶은 펀드 및 예금 상품 몇 개를 정해 운용 비율을 정해놓고 입금한 금액들이 해당 비율만큼 자동 투자되는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IRP 계좌에 입금을 해 왔죠. 하지만 이번에 증권사로 IRP 계좌 이전을 결심한 계기가 몇 개 있습니다.
평이한 수익률
운용상품비율을 등록하고 정한 비율대로의 적립식 투자를 지속한 지 약 5년이 넘었지만 제 IRP 계좌에 찍힌 수익률은 약 5~6% 대에 그쳤습니다. 적절히 수익추구형 상품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상품들을 잘 섞어 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수익률은 제가 짠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은행 IRP에서 운용하기때문에 안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매일 같이 상품 매매가 이루어지는 일반 주식계좌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운용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개인연금계좌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매매를 진행하기로 결심한 거죠.
운용가능 상품 범위
증권사의 IRP 가입 가능 상품 범위는 은행보다 훨씬 넓습니다. 특히 펀드상품에 국한되지 않아 기민한 매매가 가능합니다. 이는 투자자로 하여금 시장의 다양한 기회를 포착하고,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증권사 IRP를 통해서는 공모펀드 뿐만이 아니라 국내 리츠, ETF, ELS, 장외 채권 등의 상품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양한 상품들로 다변화하고 거시경제 흐름에 맞는 운용 전략을 세우기 용이합니다. 예를들어 경기 침체기에는 지수 연계형 ETF나 리츠들을 팔고, 채권을 추가적으로 편입한다거나, 변동성이 낮은 시기에는 ELS를 편입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상품 구분 | 증권사 | 보험사 | 은행 |
정기예금 | O | O | O |
원리금보장보험 | X | O | X |
ELB, ELS 등 | O | X | X |
채권 | O (증권사별 상이) |
X | X |
펀드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 O | O | O |
상장 ETF | O | X | X |
상장 리츠 | O | X | X |
주식 직접 투자 | X | X | X |
일단 취급 상품 범위 측면에서 증권사 IRP는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훨씬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합니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시장 변화 대응 불가
은행 IRP의 경우 주요 투자 상품이 거의 펀드로 제한되다 보니 국민은행 IRP 계좌에서는 이러한 유연성을 경험하기 어려웠습니다. 주로 펀드 중심의 상품 구성과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매매 옵션이 제공되었기 때문입니다. 펀드의 경우 매수 금액 입금에서부터 실제 매매 체결, 그리고 수익률의 계좌반영까지 최대 2~3일 정도 소요가 됩니다. 반대로 매도를 통해 현금화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죠. 하지만 증권사 IRP를 통해서는 다양한 상품을 활용하여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품 매매의 체결 리드타임이 짧아, 시장의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습니다.
증권사 IRP의 이런 넓은 상품 취급 범위는 시장 변화에 적극적이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 줍니다.리츠, ETF 등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종목들을 몇 번씩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죠.
계좌 수수료
은행 IRP 상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수료율이 증권사 대비 높은 편입니다. 개인 납입금액에 대해 연 0.1~0.2%가량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국민은행을 10년간 주거래 은행으로 활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었죠.
운용하는 자금이 많아질수록 운용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IRP처럼 장기적으로 자금이 누적되는 계좌의 경우 약간의 수수료 차이만으로도 연금 지급 시점의 실수령가능 금액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사소해 보이지만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영역들도 잘 검토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반면 증권사의 경우 경쟁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납입금액에 대해 수수료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2021년6월 21일부터증권은 비대면으로 IRP 계좌 개설만 해도 운용지시 방법에 상관없이 제도 수수료 전액 무료를 시행해 왔고,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등 다양한 증권사들도 IRP 수수료 무료 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비대면 계좌 개설과 비대면 상품운용지시를 진행했을 경우에만 수수료가 면제되는 타 증권사 대비 KB증권은 과거에는 가입자부담금에 대해서만 적용했던 혜택을 퇴직금까지 확대해 계좌 전체 금액에 대해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운용지시 방법에 설정과 무관하게 비대면으로 계좌만 개설해도 제도 수수료 전액 무료 정책을 실시하며 더 공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었습니다.
이전 과정
신규 IRP 계좌 개설
일반적으로 IRP 이전을 할 때에는 이전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에서 신청을 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전을 원했던 KB증권 어플에서 ‘타사 IRP 가져오기’ 메뉴를 통해 IRP 계좌 개설 및 이전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고객 확인
일단 모바일로 신청이 이루어지면 기존 IRP 계좌가 개설되어 있던 금융 기관에서 1~2일 내에 확인 전화가 옵니다. 음성 통화를 통해 이전 동의 의사를 다시 한번 수집해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요. 사실 저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며칠간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롤 놓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할 경우 그만큼 IRP 이전 기간도 늘어나게 됩니다.
가입 상품 매도를 통한 현금화
유선 고객 확인 이후 IRP에 가입해 있던 내에 있던 상품들의 현금화가 진행됩니다. 기관 별 운용 상품이 상이하기 때문에 상품이 그대로 이전되는 것이 아닌 현재 수익률을 기반으로 현금화를 진행한 뒤, 금액이 이전되는 형태입니다.
IRP 이전을 앞두고 펀드 매수 신청은 삼가 주세요!
이미 주문이 들어간 매수건이 있다면 펀드 매수 체결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 이후에 매도 주문이 들어가 추가 일수가 소요되게 됩니다. 그만큼 이전이 늦어지니 IRP 이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입 계좌 내에서 진행 중인 매매 주문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진행하시면 더 빠른 시일 안에 이전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입 상품 매도를 통한 현금화
현금화가 완료되고 금액 이전이 되면 이전한 플랫폼 내에서 IRP 투자 상품 비율 설정이 가능하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계좌에서의 운용이 시작됩니다.
총 소요일은?
제가 KB증권 어플을 통해 IRP 이전 요청을 실시한 날짜가 11월 24일, 이전이 완료된 날짜는 12월 20일이었습니다. 총 27일이 소요됐네요. 일단 고객 동의 전화에서 예상되는 이관일을 알려주니 초조하게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전적으로 이관되는 기간은 포트폴리오가 정리되는 시간이 반영되기에 어떤 상품을 IRP에 보유했는지에 따라 소요 기간은 상이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액을 예금이나 현금으로 보유하신 것이 아니라면 펀드 환매에 시간이 특히 많이 걸리는 편이니 여유 있게 진행하시는 것이 빠른 이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반전
글의 제목이 ‘두번’에 걸친 IRP 이전 후기라는 점, 눈치채셨나요? 사실 KB증권으로 IRP를 이전하고 나서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IRP 이전 신청을 했는데요. 은행에서 증권사로 IRP 이전을 한 이후에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KB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이전한 후기는 다음 글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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